때때로 남편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원래 남편이란 는 말이 내 편이 아니라 남의 편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 역시 그런 남의 편에 속하는 모양이다. 2008년 아이와 아내를 한국에 두고, 개인적인 목적으로 호주로 날아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시드니 중심의 여행에 블루 마운틴 등 몇 곳을 둘러본 여행에 호주에서 살고 있는 친구 부부를 만나 소주 한잔 ^^ 그때를 생각하면 빙긋 웃음이 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때의 기억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것은 장소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기억이였다.
여행의 끝에서 남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 있다. 장소에 대한 '와'하는 기억들은 희미해져가도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은 자꾸만 선명해져가니 신기한 노릇이다.
책을 읽어가며 가만히 이 집을 살펴보면, 우리집과는 반대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다가 보고 싶으면 남편 출근 시간 중에 아이와 바다를 보러 장거리를 운전해 달려나가던 아내. 나는 모든 것이 계획되고 꽉 짜여진 여행을 좋아한다(여유가 없는 것이 아닌 일정이 확정된), 하지만 아내는 틀어진 일 정도 하나의 추억이라고 이야기하고, 내가 사진을 찍을 때 마음 속에 담으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대학 때 만나긴 연애와 결혼, 결혼 후에도 아내는 나에게 "넌 이상형이 아니야"라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는 정도이니, 많은 부분이 책 속의 부부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 듯싶다. 사람은 자신의 이상형이 아 닌 참 다른 사람들끼리 산다는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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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유쾌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자동차 때문에, 여행이 여기서 끝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에 이 모든걸 놓칠 뻔했다. 이번 여행을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과업으로만 여긴 탓이다. 사실 내가 원하는 건 대단한 게 아니었다. 매 순간 즐기며 감동하는 것. 그래서 무사히 집에 돌아가 사랑하는 이들 품에 안기는 것. 설사 목표를 다 채우지 못한다 해도 그들은 내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기뻐하며 힘껏 안아 줄 거였다. 여행은 무사히 집에 돌아가 사랑하는 이들 품에 안기는 것. 설사 목표를 다 채우지 못한다해도 그들은 내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기뻐하며 힘껏 안아 줄 거였다. 여행은 정복해야 할 어떤 것도 아닌, 끝도 시작도 없는 삶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그러니 설사 못다한 부분이 생기더라도 다음으로 미루면 그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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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121 |
읽으면서 뜨끔하면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 대목이다. 모든 것이 꽉 짜여져 있어야 하는 여행, 늘여행을 떠나면 칼날처럼 곤두서 있는 모습 단순히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와 아이는 늘 그런 내 모습이 불만이다. 주일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캠프도 아닌데······. 이제는 그런 마음가짐은 좀 내려놓아도 되련만······. 사람의 천성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을 생각한다. 그곳이 어디든 가고 싶다.
가가고 싶다. 가족과 함께, 새로운 사람 흥겨운 여행. 여행은 하나의 일탈이다. 공식적인 일탈, 그곳이 호주면 더 좋겠다.
친구네 집에 잠시 들려 맥주 한잔에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는 뭐가 그리 바쁘다고 이런 즐거움들을 뒤로 하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그립다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그 실천이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음을 ······. 나 역시 조금 더 너그러워지는 여행을 떠나봐야겠다. 태권도 하다 다친 아이 발에 기부스가 풀리면 가까운 곳부터 조금씩 조금씩 떠나봐야겠다. 완벽한 계획(이런 계획은 없다는 것을 여행을 다니면서 자주 느끼지만)을 접고 가벼운 마음으로 말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한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저자의 남편이 궁금하다. 남편의 입을 통해서 이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과 여행지에서 이 부부를 한번쯤 만났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맥주 한잔하면서 나눌 수다가 꽤 될 듯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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